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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노루

초롱이를 만남

by Kevinso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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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30 / Nikon D200 + SIGMA 70-200mm / 촬영 장소: 제주도 한라수목원

 

초롱이(야생 암컷 노루 별명)를 만났다.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홀로 자연을 먹고 있는 초롱이를 우연히 발견하여 깜짝 놀랐다.

멀리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초롱이를 촬영하기 위해 나는 그녀(초롱이)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암컷 노루들은 수컷 노루들보다 경계심이 심해서 큰 움직임이 있을 경우 0.1초의 망설임 없이 도망가 버린다. 그래서 천천히 접근해야 사진 놀이를 실컷 할 수 있다. 수컷 노루보다 암컷 노루 사진 촬영할 때는 매우 피곤하기 때문에 별도 촬영비를 받아야 하지만 야생 동물이라 한국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곤란할 때가 많아 솔직히 촬영을 거부하고 싶을 때가 많다. 하지만 나는 오랜 세월 동안 한량한 야생 노루들과 함께 소통해오면서 암컷과 수컷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식은 죽 먹기다.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은 1~10가지 단계가 있어서 초롱이한테는 '작전 5'가 딱이다.

'작전 5'는 무관심 표정으로 초롱이 앞으로 지나가는 것이다. 1% 관심 없이 조용히 없는 척 지나가는 작전이라서 만약에 초롱이와 눈을 맞추면 바로 그 자리에서 달아난다.

무관심 표정으로 초롱이 앞을 지나가니 오히려 초롱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자신을 봐달라고 신기한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지만 나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무표정으로 한량한 산책인처럼 그냥 지나갔다.

사진 촬영하기 좋은 최적화된 거리까지 이동한 후 발걸음을 멈추고 초롱이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 묵직한 카메라를 손에 쥐고 그녀를 위해 달콤한 한 컷을 기록했다. 카메라 뷰파인더 속에서 보이는 그녀(초롱이)의 몸매는 과거 S라인이 아닌 대한민국 아줌마 몸매로 변해버려서 아쉬웠다. 출산 후 몸매가 바뀌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에 나는 그냥 사진촬영에 집중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힘차게 울리기 시작하자 초롱이는 모델처럼 포즈를 취했고 나는 반쪽 미소를 흘리며 초롱이에게 집중하여 촬영에 임했다. 눈빛, 몸짓, 포즈, 시선처리 모든 것이 실제 인간 모델보다 훌륭하여 감탄했다.

인물 촬영하는 것보다 너무 쉬운 야생 노루 사진을 매해 접하다 보니 이제는 인물 사진을 거부하고 야생 노루와 자연 사진만 고집하는 사진가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들이 야생 노루들 때문에 나의 사진 생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고 시답지 않게 철학까지 바뀌게 되어 내 인생에 없어서는 안되는 고마운 동물로 존재하게 되었다.

10분 동안 초롱이와 함께 사진 놀이에 푹 빠졌지만 행복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산책로를 지나가는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초롱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숨긴 채 빛의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 버렸다.

울고 싶었다...

한국어에 익숙한 초롱이가 갑자기 시끄러운 중국어가 들려오니 도망간 것이다.

아쉬움은 컸지만 오랜만에 초롱이를 잠깐이라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멀리 도망가는 초롱이의 큰 하얀 엉덩이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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