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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노루

by Kevinso 2025.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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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도로 위 풍경은 흐림과 닮은 운전자들이 많이 보였던 오후다.

여전히 1차로에는 삐꾸들이 많았고 운전 미숙 운전자들이 자동차 중간에 끼어 있어 주행 중 불편함을 피할 수 없었다.

전방 녹색 신호가 점등되어도 출발하지 않고 딴짓 거리를 하는 운전자들을 볼 때 미개한 인간처럼 보였다. 그들 때문에 주변 운전자들은 도로 위에서 시원한 주행 대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면 도로 위에서 불필요하게 얻은 스트레스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라지고 시원한 자유를 만끽한다.

인간 세상이 어떤 곳인지 한눈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는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다. 나이에 상관없이 다양한 연령대들의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실제 인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의 실제 모습들을 매일 운전석에서 구경하다 보면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동물인지 또는 이중적인 인격을 갖춘 인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불필요한 경쟁을 유도하는 학습을 통해 세뇌를 받고 자라 오다 보면 성인이 되어도 불필요한 경쟁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생각과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변해가는 모양새가 도로 위에서도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술과 담배보다 더 해로운 건 바로 인간이라는 것. 돈이 정말 많다면 도시를 고집하지 않고 차라리 자연이 풍부한 시골 농촌에 가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게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인 인간과 정상적인 인간이 만나 서로 싸우고 헐뜯고 불필요한 경쟁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의 건강도 점점 좋지 않은 흐름으로 가게 되어 행복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 속에 존재하는 단어로만 인식하며 살아간다.

 

 

2024. 5. 23 / Nikon D200(20년째 사용 중인 카메라) + SIGMA 70-200mm (2025. 5. 14 렌즈 사망) / 촬영 장소: 제주도 한라수목원노루: 샐리의 아기 노루

 

 

오후 6시부터 제주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습기 가득한 방 안에서 제습기에 의지한 채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난 상황들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내일을 위한 일정들을 검토한다.

빼곡히 적혀있는 미니 달력 속에는 내가 걸어온 세월의 흔적들이 질서 없이 메모가 되어 있다.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날의 나의 흔적들을 감상하며 오늘 하루 참고 또 참으며 달려온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사람이 아닌 흘러간 음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리고 야생 노루 사진을 감상한다.

허접하게 사진 보정을 해오던 긴 시간 속에서 노력과 열정에 대한 결과는 배신하지 않았다. 그때는 잘못된 흐름으로 가고 있음을 눈이 훈련되어 있지 않아 몰랐을 뿐 결과만 보고 쉽게 판단하면 안 된다. 몇 년 동안 외장 하드에 처박혀 있던 사진을 10년 만에 꺼내어 감상했을 때 무엇이 이상하고 틀렸는지 알게 된다면 긴 시간 동안 허비했던 세월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기에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주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긴 시간과 희생이 필요하다.

어둠과 고통을 품으며 집착 속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던 결과는 실패도 성공도 아닌 당연한 과정이라는 것을 한 컷의 사진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사진을 여러 번 반복 보정 연습을 거쳐 나의 눈은 점점 성장했고 그동안 긴 시간 안에서 나와 타협하며 투자한 나의 결과에 이제는 만족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무엇이 옳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눈이 얼마나 훈련되었는지 사진 생활을 오랫동안 해오면 스스로 느끼게 된다.

결국 사진은 반복적인 연습만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독학으로 이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나는 더 이상 바람이 없어졌다.

이제 타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시선은 불편하지 않다. 그들의 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20년 만에 처음으로 깨달은 오늘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이 아니라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들어야 타인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늘 나는 위 사진 속 어린 수컷 노루의 표정이 품고 있는 행복처럼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만 억지로 행복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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